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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잘못된 아파트 투자. 그 두 번째 이야기.

by 블로그의 시작 202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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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조심스러운 탐정의 모습
매사 조심스러운 탐정의 모습

 

3.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왜 투자를 하면 안 될까?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는 가격이 너무 올라 선뜻 매입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일수록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한다는 지역주택조합아파트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가격 상승기에 많이 나온다. 가격 하락기에는 어차피 아파트 매매가 잘 안되고, 분양 아파트도 미분양 고민에 빠져있는데 몇 푼 싸다고 지역주택조합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지역주택조합아파트가 일반 분양아파트보다 왜 저렴할까?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라 할 수 있다. 지역 거주자들이 모여 아파트를 공동으로 짓기 위해 주택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건축계획을 세워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고 아파트를 짓는 구조이다. 조합이 선정한 아파트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 물건이 아니니 분양 마진을 챙기지 못하지만, 대신 미분양 리스크도 없다.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크게 토지 원가 + 건축 원가(시공마진) + 분양 마진 + 마케팅 비용 + 금융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분양마진을 줄이는 데다 모델하우스 건축 및 광고, 홍보 등 마케팅 비용도 크게 줄고, 금융 비용도 적게 들어가 일반분양 아파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게 단순 구조적으로 보면 너무 좋아 보인다. 합리적이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사업은 무수히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20명 이상이 모여 조합추진 위원회를 구성한 후, 조합원 모집, 조합설립 신청 및 인가,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착공, 남은 물량은 일반분양, 입주 순으로 완료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주택건설 대지 8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서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조합인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 내에 95% 의 토지소유권 보유를 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조합설립인가가지 받은 사업장 중에서 실제 입주가 완료된 경우는 2004~21년 18년간 17% 정도밖에 안된다. 나머지 83% 는 큰돈이 기약 없이 묶이면서 스트레스도 엄청났을 것이다. 실제 사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처음에 얘기했던 싼 가격, 착한 분양가는 온데간데없이 추가분담금을 계속 요구하는 사업장도 많다.

 

 아파트라는 상품 특성상 일반 물건을 공동구매하듯 사람만 모은다고 끝나지 않는다.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을 일정 비율(전체 공급 가구수의 50%) 이상 모아야 하는데, 이 때부터는 조합에서 직접 진행하기 어려워 일반적으로 대행사를 쓴다. 그리고 건축도 직접 할 수 없으니 시공사도 선정해야 한다. 대행사가 주택 건설 대지 8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서를 확보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해도, 토지주들의 마음이 바뀌어 땅을 팔지 않거나 비싸게 팔겠다고 버티면 사업이 계획대로 되기 어려울 것이다. 95% 이상의 토지를 확보해야 나머지 토지에 대한 강제 수용도 가능한데, 이 95% 를 확보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러한 사업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조합원 개개인의 부담으로 남는다. 대행사나 시공 예정사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다.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투자 리스크는 지역주택조합아파트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등 모든 정비 사업은 결국 시간 싸움이고, 금방 될 것 같던 사업이 10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한남 뉴타운만 해도 2003년에 뉴타운으로 지정됐는데, 그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한남 3구역도 무려 20년이 지난 2022년까지 관리처분인가가 되지 못했다. 이처럼 돈은 이미 지불했지만 떡(신축 아파트)은 맛도 못 보고 오랫동안 젓가락만 빠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다. 그래도 블록 단위로 추진하는 대규모 정비 사업은 일단 사업이 진행되면 주변 환경이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되면서 오래 기다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맛집 문 밖에서 선불까지 하고 한참 동안 줄 서서 기다리느라 짜증 났는데, 나온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그동안의 기다림이 모두 용서되는 느낌이랄까? 

 

 지역주택조합아파트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규모가 작아서 사업이 좌초되기라도 하면 거주민이나 조합원 간에 사이도 않좋아지고, 몇몇 사람들은 몸도 마음도 떠나고, 대행사와 시공사도 떠나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일쑤다. 결국 사람들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아파트 가격이 다시 급등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일반적으로 규모도 작고, 앞에서 말한 대로 미분양 리스크를 시공사가 안고 가지도 않는다. 처음 조합원 모집 홍보 때 얘기했던 대기업 시공사가 아니라 영세한 곳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렇게 아파트 브랜드가 교체되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품질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일반분양 아파트는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이고 분양에 성공하기 위해 아파트 품질에 꽤 신경을 쓴다.(그래도 하자가 많은 건 사실...) 이런 이유로 입주 후에도 일반분양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오래오래 기다린 음식이 드디어 나왔는데 그 맛이 기다려서까지 먹을 수준은 아니었다고 할까?

 

 사업 진행만 계획대로 되고 과도한 추가 분담금만 요구 하지 않는다면 지역주택조합아파트가 주장하는 가격 메리트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상품은 다른 일반 상품과 달리 큰돈이 들어가고 환불이 어려운 만큼 투자 시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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